요즘 제 딸아이가 학교에서 화석이나 석유처럼 땅속에 묻혀있는 것들 그러니까 지층에 대해서 배우는 모양입니다. 개인적으로 화석을 좋아하는데 제가 가지고 있는 과거지향적 성격때문이라고 하면 너무 비약이고 ^^; 하여간 인간의 머리로는 상상할 수 없는 태고의 시간을 머금은 화석들은 보고 있노라면 마치 나를 누군가 발견해줘라고 메세지를 계속 보내왔던 것처럼 느껴집니다. 어쨌든 딸아이가 공부중에도 계속 참견을 하게 됩니다. 그건 말이야. 선캄브리아기 어쩌구 저쩌구...쿠쿠. 그런데 말입니다. 얼마전 화석은 아니지만 화석만큼 대단한 물건을 누군가 발견했다는 얘기를 듣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그 물건을 만나러 지금부터 떠나볼까 합니다. 자, 개봉박두. 두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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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은 이랬다고 합니다. 제주도 앞바다에 웬 괴물체가 떠내려오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피노키오를 짚어 삼킨 고래같기도 하고 러시아가 소련이었을 때 버렸을지도 모를 고장난 핵잠수함 처럼 거대한 물체가 말입니다. 거의 부두 가까이에 떠내려와서야 사람들은 큰 나무라는 것을 알게되었구요.(옆 사진 참고) 알고보니 제주도엔 가끔 저런 정체 불명의 나무가 떠내려온다고 하네요. 사실 제주도 앞바다는 태평양 아니겠습니까? 그렇습니다. 스케일을 조금만 우면 제주도 앞바다는 한방에 태평양이 되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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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렇게 제주도로 흘러들어오는 나무에 관심을 가진 사람이 있었다고 합니다. 효월이란 분인데, 차(茶)를 하시는 분으로 그쪽 계통에서는 꽤 유명하시다고 들었습니다. 옆에 보이는 사진들이 바로 효월선생님이 나무를 건지는 사진입니다.(사진 제공 문종범님) 엄청나죠? 기중기로 들어올리고 있습니다. 게다가 저 나무는 한반도의 식생에서 자란 나무가 아니라고 합니다. 도대체 어느 곳에서 어떤 연유로 온 바다를 헤매다가 이곳에 오게된 것일까요? 상상만으로도 흥미진진합니다. 열대우림 지역에 쓰나미가 몰아쳐 뿌리채 잘려진 나무가 해류를 타고 몇십년을 떠돌다가 한반도에 도착한 것일 수 도 있고 아니면 북극의 빙산에 갇혀있던 알라스카 원시목이 해수 온도 상승으로 빙하가 녹으면서 풀려난 것인지도 모릅니다. 아니면 외계인이 살짝 버리고 간 것일지도 모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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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광수커피하우스의 실내 디자인은 확고하게 정형화된 매뉴얼은 없는 편입니다. 입주한 건물 상황이나 지역 특성에 맞게 공통 요소는 유지하되 약간의 변형을 허합니다. 오히려 이런 전략이 핸드드립 커피라는 내추럴한 커피와 공간적으로 잘 어우러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전광수커피가 절대 양보하지 않는 중요한 포인트가 하나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커피 바(bar)입니다. 무늬만 바가 아니라 앉으면 안락하고 바리스타들의 커피 추출 모습을 편안한 눈높이에서 감상하면서 커피향에 취할 수 있도록 말입니다. 그리고 그런 분위기를 만들기 위한 최고의 재료는 역시 나무입니다. 전광수커피하우스의 북한산점 공사가 막 시작되었을 즈음이었습니다. 북한산점의 점주이신 문종범님께서 바로 위의 나무 사진을 보고 커피바에 쓸 나무로 '삘'이 왔답니다. 바로 제주도로 날아갔음은 물론이구요. 이렇게해서 북한산점의 그 전설적!인 바가 완성된 것입니다. 점주께서 나무를 처음 봤을땐 나무가 온통 조개로 덕지 덕지였다고 합니다. 바다속의 생물에게는 그 나무가 터전 노릇을 한 것이죠. 그것만으로도 저 나무가 많고도 많은 시간을 바다에서 보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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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드드립 커피는 에스프레소 커피보다 약간의 기다림을 필요로 합니다. 즉, 시간이 필요한 커피죠. 시간을 인내하는 동안 손님들은 태고의 시간을 머금은 바에 손을 괴고 커피를 기다립니다. 아주 먼 곳에서 흘러왔음이 분명한 그 나무는 세계를 떠돌다가 이제 한국의 어느 커피점의 바가 되어 자신의 오랜 운항을 마감합니다. 자, 어떠세요? 막 나무가 보고 싶거나 커피가 땡기지 않으세요?

사진 및 자료 제공: 문종범,이은정
전광수커피하우스 북한산점 찾아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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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0/26 16:35 2009/10/26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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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ЯёÐ 2009/10/27 18:0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런 이야기가 있는 나무로 만든 BAR라면
    왠지 진중해지겠는데요 ㅋ

  2. avecmoi 2009/10/28 20:5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정말 '우와~'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오네요~
    북한산점 주인장님 너무 멋지세요!

  3. 미각잃은커피인 2009/11/04 12:1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북한산점에 한번들러 바를 유심히 살펴봐야겠는데여. 이런 스토리를 담은 나무라면.. 꼭 바에 앉아 커피한잔 마셔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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